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오면 현관문을 닫는 순간부터 긴장이 풀릴 때가 있어요. 회사에서는 퇴근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면 소파에 앉은 채 한동안 움직이기 싫어지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이런 저녁을 괜히 아깝게 보낸 것처럼 느꼈어요. 그런데 매일 저녁까지 알차게 보내려고 하니 오히려 더 지치는 날이 생기더라고요. 요즘은 정말 힘든 날에는 해야 할 일을 조금 덜어내고, 다음 날까지 피로를 끌고 가지 않는 쪽을 택하고 있어요.

집에 오자마자 해야 할 일을 먼저 생각하지 않아요

전에는 집에 들어오면 빨래부터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정리를 해야 마음이 편했어요. 그런데 피곤한 날에도 그 순서를 지키려다 보면 쉬는 시간까지 숙제처럼 느껴졌어요.

요즘은 급한 일이 아니라면 일단 물 한 잔 마시고 잠깐 앉아 있어요. 십 분이든 삼십 분이든 시간을 정확하게 정해놓지는 않아요. 가만히 있다 보면 생각보다 금방 다시 움직이고 싶은 날도 있고, 정말 피곤한 날에는 그냥 계속 쉬기도 해요.

저녁은 제대로 차려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놨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 제일 부담스러운 게 저녁 메뉴였어요. 뭘 먹을지 정하고 요리하고 치우는 과정까지 생각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귀찮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날에는 냉장고에 있는 반찬이나 계란, 두부처럼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걸로 간단하게 먹어요. 가끔은 사 온 음식으로 해결하기도 하고요. 한 끼를 완벽하게 차리는 것보다 배고픈 채로 계속 미루지 않는 게 저한테는 더 중요했어요.

휴대폰을 보다가 시간이 지나도 너무 신경 쓰지 않아요

소파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보게 되는데, 예전에는 한참 보고 나면 또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밤늦게까지 계속 보는 날은 다음 날 더 피곤하지만, 퇴근 직후 잠깐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까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더라고요.

대신 잠들기 직전까지 계속 화면을 보는 건 줄이려고 해요. 어느 정도 쉬었다 싶으면 충전기에 두고 물을 마시거나 샤워를 하고, 조명을 조금 낮추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저녁을 마무리해요.

집안일도 오늘 꼭 해야 하는 것만 골라요

싱크대에 그릇이 너무 많이 쌓여 있으면 간단히 정리하고, 내일 입을 옷이 없으면 세탁기를 돌리는 정도예요. 반대로 하루 미뤄도 별일 없는 정리나 청소는 굳이 시작하지 않아요.

집이 늘 완벽하게 정돈돼 있으면 좋겠지만 실제 생활은 그렇지 않잖아요. 피곤한 날까지 모든 걸 해내려고 하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일처럼 느껴졌어요.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도 다음 날은 조금 달랐어요

신기하게도 저녁에 제대로 쉬었다고 느낀 날은 다음 날 아침이 조금 덜 버거웠어요. 대단한 루틴을 만든 건 아니고, 늦은 시간까지 일을 벌이지 않고 평소보다 일찍 누운 정도인데도 그랬어요.

반대로 피곤한데도 집안일이나 개인적인 일을 억지로 끝내고 자면 다음 날까지 피로가 이어지는 느낌이 있었고요. 그래서 요즘은 오늘 할 수 있는 양보다 내일까지 괜찮을 정도를 생각하게 됐어요.

요즘은 이런 저녁도 평범한 하루라고 생각해요

퇴근 후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날도 좋지만 매일 그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물 한 잔 마시면서 창밖을 보는 것만으로 저녁이 지나갈 때도 있어요.

예전 같으면 하루를 허투루 보냈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잘 쉬고 나면 또 움직일 힘이 생기니까요. 특히 평일에는 무엇을 더 하는 것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도 된다고 정하는 것이 필요한 날도 있더라고요.

생활을 조금 덜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됐어요

피곤한 저녁에는 집안일이나 식사 준비가 하나만 줄어도 훨씬 편해요. 저는 냉장고 안에 뭐가 있는지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저녁 고민이 조금 줄었는데, 비슷한 이야기는 냉장고 정리하고 장보기 횟수를 줄여보니 달라진 점에도 정리해두었어요.